중동·아프리카
바레인 공주, 민주화 시위대 고문 혐의로 법정에
시위대 “고문받다 공주 얼굴 봤다”
인권단체 “왕족 5명 고문 가담” 폭로
페르시아만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의 공주가 민주화 시위를 벌인 시민들을 직접 고문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영국 (BBC)는 당시 시위에 참여한 여대생과 시위대를 치료한 의사 2명을 폭행·고문한 혐의로 기소된 누라 빈트 이브라힘 칼리파(29·사진) 공주의 공판이 20~21일 열렸다고 보도했다. 2011년 3월 집회 때 칼리파 왕가 일족을 비판하는 자작시를 읽은 혐의로 체포된 아야트 꾸르마지(21)는 고문받다가 누라 공주의 얼굴을 봤다고 진술하고 있다. 꾸르마지는 9일 동안의 구금기간 동안 내내 눈가리개를 한 채 철제 밧줄로 얻어맞고 성폭행 위협에 시달렸다. 꾸르마지는 “머리를 맞다가 잠깐 눈가리개가 풀렸는데 이때 누라 공주를 봤다”고 말했다. 누라 공주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뺨을 때렸으며 묵비권을 행사하자 혀를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형제 의사인 갓산, 바심 다이프는 당시 시위 현장에 달려가 최루탄, 곤봉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을 치료했다가 체포돼 누라 공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 누라 공주는 마약단속부대 소속으로 복무중이다. 이에 앞서 인권단체인 ‘바레인 인권센터’(BCHR)는 누라 공주를 비롯해 왕세자인 나시르 빈 하마드 등 5명의 왕족이 시위대를 고문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군·경찰·안보기구 등을 책임지고 있는 군 감옥, 구치소에 붙잡혀온 시위자들을 심문하면서 내장출혈을 일으킬 정도로 때리고 전기고문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칼리파 왕가 등 소수의 수니파가 다수의 시아파를 통치하고 있는 바레인에선 튀니지·이집트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에 힘입어 2011년 2월 ‘진주혁명’이라고 불리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 수천명은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 모여 군부·의회·정계 등에 포진해 있는 칼리파 왕가의 전횡을 비판하고 시아파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다급해진 칼리파 왕가는 수니파가 지배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움을 요청했고, 사우디가 주축이 된 연합방위군은 시위대를 잔인하게 진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바레인에선 수니-시아파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올해 초엔 시위에 참여한 20명의 정치범들에게 최소 5년에서 종신형의 중형이 확정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