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특집1-ICT한류]동남아·중동·동유럽 등 현지전문가 9인이 전하는 성공전략

`해외 사업은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하면 100% 실패한다.`

해외사업 추진 시 명언처럼 전해지는 말이다. 해외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충분한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의 소득수준이나 정부 성향 등은 기본이다. 자연과 문화적 환경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역사적인 배경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해외진출 전 이러한 모든 상황을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많은 기업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를 간과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최근 국내 기업이 해외수출 지역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동남아시아·몽골·중동·동유럽·남미 등 5개 권역의 현지 전문가를 직접 만나거나 이메일을 이용해 조언을 들었다. 5개 권역 현지 전문가는 지역 내에서 근무하는 해외공관 대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무역관장,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 소장이다.

대부분 현지 전문가들은 충분한 사전조사를 기반으로 시장을 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호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동유럽과 중동 지역은 초기부터 큰 시장을 진출하기보다 주변의 작은 시장을 거점으로 삼아 단계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필리핀·스리랑카·캄보디아·몽골·바레인·불가리아 현지 전문가는 직접 인터뷰를 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현지 전문가는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남아·몽골, 현지 이해없이 사업 불가능=“그물을 던져야 고기가 들어온다.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자주 접촉해야 한다. 사전 작업은 필수인데 기업들은 이를 간과한다.” 김진오 KOICA 필리핀사무소장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해외 사업이 장기간 선투자 없이 단기적 결과만을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2008년 정보통신팀장 역임 당시 원조사업으로서 전자정부 및 소프트웨어(SW) 분야를 첫 발굴했다.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 중인 천리안(COMS) 위성 수신 및 분석 시스템 사업도 김 소장의 아이디어다. 필리핀에서는 내년 지리정보시스템(GIS) 사업이 기획 중이며 태풍 등에 대비해 수자원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반 조성 사업이 활발하다.

이동구 KOICA 몽골사무소장도 “`한국식`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몽골은 KOICA 지원 규모로 1위 국가다. 전자조달 및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IT 사업을 진행한다. 삼성SDS·LG CNS·SK CC·KT 등 국내 대부분 IT 기업이 진출해 있는 데다 내년에도 국유재산관리정보화 사업 등 다양한 정보화 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 소장은 “현지 전문가들과 지속적 교류로 현지 눈높이에 맞춰야 하며, 설치 후 2~3년 후가 아닌 5~10년 후를 감안해 현지화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몽골과 한국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박호선 몽골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직원 한두 번 파견해서 진행하는 사업은 대부분 망한다”면서 “철저한 시장 조사가 필요한 만큼 비용을 아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정상적인 계약도 파기될 수 있는 등 비즈니스 문화적인 요소를 감안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유대가 돈독한 `인도의 눈물` 스리랑카는 공적개발원조(ODA) IT 사업이 활발하다. 스리랑카 현지 대학과 국내 대학 간 멀티미디어 교육 환경 교류도 추진한다. 내년 수도 콜롬보의 교통자동제어시스템 기술지원사업도 예정돼 있다. CCTV와 카메라,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교통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국내 기업 및 기관이 하게 된다.

조상우 KOICA 스리랑카사무소장은 “이러한 기반 조사 사업으로 한국의 교통 모델 등과 비교해 스리랑카에 적합한 교통제어시스템 모델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몽골과 스리랑카는 사업 경험을 확보할 수 있는 IT수출 사업의 거점 국가로 기대가 높다.

캄보디아도 정부 차원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진행 중인 국가 과학기술 마스터플랜 수립에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마스터플랜 수립도 추진한다. 특성화고등학교 설립 방안도 마련한다. 신의철 KOICA 캄보디아소장은 “캄보디아는 상당 부분의 국가 마스터플랜 수립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대부분이 원조 사업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캄보디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제2의 경제성장 붐 맞은 중동을 노려라=세계가 유럽발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유일하게 경제성장을 누리는 곳이 중동 국가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은 제2의 붐을 맞고 있다. 유준하 주바레인대사관 대사대리는 “걸프 지역 국가는 이란·이라크·시리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가 안정적이어서 경제 성장을 누리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중동을 진출하기는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진출 산업도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 건설이 주력이었다면 이제는 건설을 포함해 플랜트, 서비스 산업 등으로 확대됐다. 산업발전으로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전자정부 사업도 활발하다. 바레인 등을 비롯해 걸프 지역의 상당수 국가는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국가 비전을 수립했다. ICT 인프라 구축 사업도 활발하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정치적, 종교적으로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왕정 정치와 이슬람 문화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면 이 지역에서 해외사업 성공은 불가능하다. 실제 정부 내에서 상당수 요직은 왕족이 차지하고 있다. 국가 내 주요 핵심 기업도 왕족이 소유한 경우가 많다. 이슬람 문화를 알고 있느냐와 그렇지 않느냐가 사업 성공을 결정하기도 한다. 다수 국민은 사업보다도 이슬람 율법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의 국민성도 변수다. 중동 국가는 대부분 석유 생산으로 부유한 나라가 됐기 때문에 상당부분을 아웃소싱 형태로 수행한다. 자국민들은 기획이나 관리만 집중하고, 실제 수행은 대부분 외국 기업이나 외주 노동자들이 맡는다.

국내 기업이 중동지역을 진출하기 위한 거점으로는 바레인이 가장 적합하다. 유 대사대리는 “바레인은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외국 투자자에게 개방적인 나라”라며 “바레인에 거점을 두고 중동 지역을 진출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레인 국민 대부분이 영어를 원활하게 사용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것도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EU 가입한 동유럽, EU시장 진출 거점 활용=동유럽 지역은 최근 일부 국가들이 EU에 가입하면서 국내 IT기업에게 EU 진출 거점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가리아·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EU가입으로 전반적인 국가 고도화 작업을 추진한다. 불가리아는 EU 협약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2020년까지 16%로 확대해야 함에 따라 태양광 에너지 발전소 구축을 잇달아 진행했다. 태양광 에너지 사업은 최근 루마니아나 확산되고 있다. 수처리 사업도 활발하다. 불가리아 지방자치단체는 수처리 사업을 연이어 발주하고 있다.

전자정부에도 서서히 눈을 뜨고 있다. 불가리아, 몰도바 등이 한국 전자정부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EU 회원국이 된 동유럽 국가는 정부 행정 정보화 수준을 기존 EU 회원국에 맞춰야 한다.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를 운영하는 정보화도 시급하다. 일부 동유럽 국가는 철도 정보화 수준이 낮아 다른 EU 국가들과 정보교류를 못해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의료정보화 시장도 열리고 있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은 재정상태가 열악하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 자본주의를 도입한지가 얼마 안 돼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상당 부분을 EU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정부 행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문제다. 시장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과도기여서 부정부패도 존재한다.

김명희 코트라 소피아무역관장은 “국내 기업들은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만을 바라보고 시장에 진출해서는 안 된다”면서 “불가리아 등은 EU 회원국이기 때문에 구축사례를 확보하면 서유럽 등 다른 EU 국가로 진출을 확대하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시장 진출이 수월한 불가리아를 유럽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속성장 남미, 현지 파트너와 공동 진출=브라질을 중심으로 지난 10년 동안 고도성장을 이룬 남미 국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경기침체 영향으로 최근 경제성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인 여전히 투자매력도가 높은 나라다. 브라질은 지난해 기준 투자금액 세계 2위, 프로젝트 건수 기준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들이 잇따를 전망이다.

남미 국가들은 ICT를 비롯해 자동차·석유화학·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 브라질은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로 교통 및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운영시스템 구축 등 스포츠IT 시장과 SOC 운영을 위한 정보화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핀다.

그러나 이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의해 할 사항도 많다. 열악한 인프라 환경과 높은 임금, 부족한 숙련 노동자, 복잡하고 까다로운 노동법, 높은 법인세율 등이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김종경 코트라 리오데자네이루무역관장은 “브라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제도와 소비시장의 특성, 양분화된 시장구조, 연방 및 주정부의 투자 인센티브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브라질 정부의 자국산업 보호정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진출보다 능력 있는 현지 파트너를 발굴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제안이다.

브라질 인근 페루·파라과이·콜롬비아·에콰도르·볼리비아 등 국가 대상으로 ODA 사업도 활발하다. 콜롬비아 대상 ODA 자금이 급속도로 늘어 500만달러에 이른다. 콜롬비아 치안상황이 많이 개선됐고 중남미 유일한 한국전 참전국가로 우리나라와 역사적 특수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창섭 코이카 콜롬비아사무소장은 “콜롬비아는 2011년~2013년간 우리나라 정부 ODA 중점협력국가 중 하나로 선정됐다”면서 “이 기간 동안 국내 많은 IT기업들이 콜롬비아에 진출해 점차적으로 시장공략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주요 5개 권역 현지전문가의 해외진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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